[주민소통기자단] 이광국기자, "지위는 달라도 아는 것은 같아야 한다"
등록일 : 2018.06.07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작가 강연회-


현재 관악구에는 2013년이래로 일반·사회적 협동조합이 총 127개가 존재한다.
소비자, 사업자, 다중이해관계의 형태로 다양한 업종에서 활발하게 생태계를 다져가고 있다.
소비자협동조합을 제외하고 최대 조합원수를 자랑하는 ‘좋은바람협동조합’에서는 관악구 협동조합 중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매월 1회 열린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5월 13일(일) 오후 4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좋은바람협동조합’ 주최로 <관악바보주막>에서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작가의 강연회가 열렸다.
당일 강연회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모강연회로 열렸으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연설 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작가를 초청하여 ‘노무현의 말과 글’이라는 주제로 원하는 누구에게나 열린 강연회를 진행 하였다.



[강연회를 마치고 강원국 작가가 강연회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 중이다.]


강원국 작가는 “강연을 다녀보면 이렇게 유명인을 봐도 겁내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고 또 당당하게 요구한다.”라며 유순한 얼굴에 반달눈 미소를 보이며 괜한 너스레를 떨어 분위기를 풀어 주었다.


“글로 보여주세요.”
노무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강 작가는 당시 대통령에게서, 어쩌면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듯한 시각을 느꼈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인수위원회 두 달간 대통령이 자신의 글을 읽지 않았고 취임 후, 3·1절 연설문 보고를 했더니, “불의가 패배하고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겠습니다.”라는 딱 한 줄을 원문에 추가하라고 했었고, 그때 자신의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언제나 준비된 연설문을 읽는 대통령이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좀 달랐으며 취임 초에 이름도 모르던 자신에게 “자네 덕분에 낭패를 면했네.”라는 칭찬을 받았던 일화를 전했다.



[前 대통령 연설 비서관이자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작가]


본격적으로 당시 노 대통령이 아마도 무엇보다 ‘기회주의청산’을 제일로 꼽았던 것으로 추측한다며, 곧 (현 정부)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고자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였다.
참여한 청중에게 기회주의 청산, 즉 정의로운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에 대하여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말과 글을 빌려 세 가지를 말하였다.


첫째로, 공정하게 아는 사회, 즉 아는 것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


힘이 있거나 없거나, 돈이 많거나 적거나 아는 것은 같아야 하며 똑같이 알려주어야 한다.
아는 것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하면 정의로운 사회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정부 김대중 대통령은 의식이 굉장히 앞서 있었다.
당시에 “앞으로 지식정보화 사회다. 아는 것의 차이가 부의 차이 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정보·지식격차를 좁히느냐 하는 것이 과제다.” 그래서 인터넷 보급, IT산업육성 등 평등한 정보취득으로 불평등 없는 현재의 인터넷 세상이 가능해지게 하였다.


그러나 막상 청와대 조직은 그러지 못했다.
청와대 조직 직제상 정보의 흐름은 대통령이 비서실장에게 그다음 수석, 비서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관이 제일 적게 또 낮은 수준으로 아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실무자가 정보량에 있어서 현저히 낮게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효율적이지 못하고, 이 점은 노무현 대통령이 문제의식을 가졌을 것이다.
실례로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에 직급에 따라서 정보를 배분하지 않았다. 직접 사무관에게 예산증액 등에 대하여 설명했었다.

대통령에게 연설문에 대하여 직접 대면해서 (지시)전달받으면 명확히 의중을 파악할 수 있지만, 전화나 메모글로서 전달 받으면 많이 모르게 된다. 거기에 상사로부터 전달 또 전달을 받으면 더더욱 모르게 된다.


만약 신입사원들에게 회장이나 임원들만 아는 정보를 똑같이 공유한다면, 그들만큼 못할 것이 없다. 아는 것은 열정의 차이도 만든다.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고 연설문을 작성하면 정말 신명이 나서 일을 했다.


일개 연설 비서관인 나에게 비서실장을 거치지 않고 “재신임을 묻겠다.”라는 엄청난 내용을 글로 먼저 보고 싶다고 구술로 지시한 적도 있었다.
그 당시 대통령이 나를 (보안)믿고, 또 내가 그것을 쓸 수 있다고까지 믿는 것이 구나 라고 느꼈고 충성심이 절로 넘치게 됐다.
결국 사람은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는 사람에게 충성을 하게 된다. 아는 것 즉 정보가 곧 돈이고 권력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말하는, 말 할 줄 아는 대통령이었다. 국민들이 듣고자 하는 말에 비중을 두었다고 본다.
항상 “국민의 속으로 들어가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손을 잡고 함께 가라. 앞서려거든 반 보만 앞서가라.”
“국민이 항상 옳지는 않지만, 마지막에는 옳다.”
“선비의 문제의식만 있어서는 안 된다. 상인의 현실감각도 있어야 한다.”



[강원국 작가, ‘노무현의 말과 글’의 주제로 강연 중이다.]


반대로 노무현 대통령은 주로 하고자 하는 말을 많이 했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대통령은 (인기)영합하면 안 된다. 지도자는 왕인 국민에게 상소하듯 신하된 자세로 진언을 아뢰어 (왕)국민이 들어주면 추진하고 반대하면 못하는 것이다.”
대연정, 개헌 등이 그런 것 들이다. 국민의 반대라기보다는 언론이나 가진 자, 권력자들이 싫어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시대적으로 국민들은 말하는 대통령을 원했던 것이다.


그 말하는 대통령으로 인하여 내가 알 수 있다. 그렇게 국민들은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고, 이후 정부 9년 동안 광장으로 국민이 나갔던 이유가 결국은 알려 주지 않아서였다. “왜 안 알려 주느냐? 알려 달라.” 가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알고 싶어 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의문의 7시간이 결정적이다. 또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또 누군가에게 위임한 것에 가장 화가 난 것이며, 부정부패보다도 공정성에 극도로 민감해서 폭발한 것이다.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배가 아픈 것은 못 참는 국민성’에 부정부패, 비리, 특권, 특혜 등 이모든 것이 ‘불공정’이고 근원이다.
노무현 대통령 말대로 특권과 특혜가 없으려면 아는 것을 공유하고 나눠야 한다.
빈익빈부익부 보다도 심각한 것이 아는 것의 대물림이다.
아는 것이 돈이고 권력인 사회에서 환경적으로 많은 것을 아는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의 차이는 너무 크다.


둘째로, 말하기와 쓰기가 필요하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단합된 힘이다.”
깨어있다는 의미는 인과관계를 따질 줄 아는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이 민주주의를 지킨다. 그래서 알려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깨어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교육부터 깨어있는 시민을 만들지 않고 선생님말씀 잘 듣는 ‘읽기 듣기’만 시키고 그것을 잘해야 우등생이다. ‘말하기 쓰기’는 평가를 안 한다.
그러나 말하기와 쓰기를 하기 위해서 읽기 듣기를 하는 것이다.
말하기와 쓰기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인데, 시키는 것 잘하고 말 잘 듣는 사람, 즉 자아가 형성되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읽기와 듣기만 시킨다.
자아와 정체성이 형성되는 말하기 쓰기를 시키면 시끄러워지기 때문이다.
나의 말, 나의 글이 곧 ‘나(자아)’다. 남의 말만 듣고 남의 글만 읽으면 내가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 도서관을 갔을 때,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너무나 시끄럽게 책 읽고, 서로 열띠게 토론하고 정신이 없었다. 선생님이 수업을 이끌지 않고, 학생들 스스로 발표하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한다.
그것은 자신을 오롯이 드러내고 모두가 경청하고 틀린 것은 없다.
그리고 그 누구도 비난하거나 깎아내리지 않고 찬사를 보낸다. 우리나라 대비해서 학업의 기본 지식수준은 낮아 보여도 정답에만 갇혀있지 않고, 각자가 모두 주인공이며 전반적으로 창조·창의성을 높이는 교육 방식이다.


우리는 말하고 쓰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감정을 드러내거나 반대·반론을 하면 관계가 틀어지고 이른바 ‘찍히게 된다.’
반대로 남의 언행의 평가는 매몰차게 한다. 그래서 그 두려움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
사회는 조용한 사회를 원하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다.
시끄럽게 하는 사람은 불만이 있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다. 가진 자, 권력자들은 불만이 없으니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말 많으면 공산당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진보는 바꿀 것이 많으니 항상 시끄럽다.

읽기 듣기는 남의 것을 소비하는 소비자고 누가 더 잘하나 하는 경쟁하는 개념이다. 말하기 쓰기는 생산자로 내 것을 나눠주고 공유하는 것이다.
읽기 듣기는 말하고 쓰기 위함이다. 말하기 쓰기를 하지 않는, 읽기 듣기는 전혀 의미 없는 것이다.
또한 말하고 쓰기는 감정과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면서 인정받기도 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말하고 쓰기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변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셋째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

우리시대 최대 과제로 경쟁 일변도의 사회를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하면 서로 협력하는 사회 또 연대하는 사회가 될 것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씁쓸하지만, 힘 있는 자들끼리는 잘 뭉친다. 오히려 힘없는 사람들이 경쟁을 심하게 하는 구조다. 이렇게는 절대 행복할 수가 없다.
지금은 서로 협력하고 융합하고 연대하고 서로 연결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경쟁만 한다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이제는 알려주고 서로를 드러내고 힘을 합치는 것이 이 시대가 가야할 방향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분명히 이런 방향을 지향했을 것이다.



[호주에서 온 이대윤 시민이 질문을 하고 있다.]


강연이후 질의·응답시간에는 특히 강연을 듣기 위해서 호주에서 전날(12일)도착했다는 이대윤 시민(호주 시드니 촛불연대) 등 강연회에 참석한 청중들의 질의·응답에 상당시간을 할애 하였다.


강원국 작가(전 연설 비서관)에게 노무현은 어떤 사람인가?
-한마디로 말하기에는 범주가 넓다.
내가 62년생인데 50살 이후에 이러한 삶을 사는 것도 노무현 대통령 덕분이다.
이러한 인생을 열어주고 말문을 틔어준 것도 노 대통령이다.
무대공포증 같은 것도 있었던 나 자신인데, 광복절 경축사 연설문에 대해서 발제를 시키고 말할 기회가 생겼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말을 할 기회가 없었다. 노 대통령에게 말 못하는 사람은 대접을 못 받는다. 당시에 대통령 면전에서는 떨려서 말도 제대로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말을 하게하고, 또 말을 잘 하게 해준 사람이다.
진짜 잘하게 해준 건 김어준이다.(농담)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에 타협이나 대한민국의 의식을 감안해서 점차적으로 추진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국민에 대한 믿음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이 항상 옳지는 않지만, 마지막에는 옳다.”라는 말처럼 결국에 국민은 안다는 것이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후 역사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당장은 거센 저항을 받더라도 꿋꿋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참 그런 때에 김대중 대통령이 걱정으로 조언을 했었고, 세 가지 정도의 내용을 전달 받았었다.
어찌됐든 지금 보면 옳았다고 생각하고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발전적으로 변화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때 만약에 노무현 답지 않게 수긍하고 적당히 타협하고 했다면, 지금 많은 이들이 그를 추억할까 싶다.

좋은바람협동조합 김정만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9주기, 5월 추모행사로 5월 13일 강연회, 20일 봉하방문, 23일 추모행사까지 기획하였다.”라고 전했다.
또한 “오늘 그 첫 번째로 강연회를 가졌고, 강연회는 우리 협동조합에서 매월 1회, 일요일 오후 4시에 진행하며, 조합원은 물론 원하는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열린 강연회이다.
강연회는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기획으로서 모두가 컨텐츠를 공유하고 또 시민들이 서로 교류하는 공간이다.”라는 주요 취지를 밝혔다.


이광국 기자 (nassem7@daum.net)
항상 현장의 중심에서 취재하고, 왜곡 없는 사실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