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통기자단] 백외섭 기자,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등록일 : 2020.12.17


올 첫눈이 크게 내렸다. 옷깃을 세우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군밤 한 움큼이 그리워진다. 친구들 만나고 싶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프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대유행으로 치닫고 있다. ‘전 국민 멈춤’이 코앞에 닥쳤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고 전철과 버스 야간 운행마저 감축됐다.
연말 모이고 싶은 동창들, 산에 오르려는 산악회에서는 모임을 예정대로 할 것인가 취소할 것인가 아니면 쪼개기로 축소할 것인가를 놓고 때아닌 투표를 했다. 소모임으로 하자는 의견이 다수였으나 ‘대유행’에는 두손 들고 말았다.



사람이 붐비지 않고 조용한 곳이 더욱 그립다. 얼마 전 다녀온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이 생각났다.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왜일까.
덕수궁 돌담길에 낙엽이 흩날리고 정동길에는 낭만과 추억이 쌓인다.
중명전, 서울시립미술관 등 일대 명소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지붕 위의 잡상 덕분에 푸른 하늘이 더 높게 보인다.
고궁의 정취를 감상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가 재개된 수문장 교대 식 관람은 특별 보너스다.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3시 30분 총 세 번 진행한다. 이 식은 덕수궁 성문 주위를 순찰한 수문군이 궁성문을 수위하던 수문군과 교대하는 의식으로, 서울시가 1996년부터 진행해왔다. 시민들과 외국인 관람객에게 역사 도시 서울을 알리고 전통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문장의 인솔 아래 궁 주변을 순찰하던 교대군이 궁성문에 도착한다. 엄고의 북소리가 울린다. 두 수문군의 가운데로 감독관에 해당하는 녹색 단령 차림의 승정원 주서와 궁성의 기물과 열쇠를 관장하는 액정서 소속의 사약이 나온다. 교대의식의 첫 번째 절차를 알리는 신호로 나각과 나발 소리가 여섯 번 울린다. 관람객들은 숨을 죽인 채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본다.



궁성문의 열쇠가 들어 있는 약시함의 인계가 이뤄지며 본격적인 수문장 교대의식에 들어간다. 수문군의 참하가 수문장에게 약시함을 전달하는데, 약시함에는 궁성문의 열쇠가 들어 있다.
교대의식은 총 20분 정도 소요된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지나가던 행인도 걸음을 멈추곤 한다. 이제는 서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식으로 서울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한문 수문장의 복장은 우리한테 익숙한 무관복인 구군복이다. 대한문 수문장 교대식은 한 명 한 명 맞교대하는 면대면 교대다.



순라 행렬은 11시 교대의식을 마친 수문군들이 주변을 순찰하는 의식이다. 수장기와 순시기를 든 수문군들, 국악을 연주하는 취라척, 북으로 신호를 보내는 엄고수, 궁궐 수비를 책임지는 수문장과 부관인 참하 등 병력 30명이 나팔과 북소리에 맞춰 장중하고 위엄 있는 행진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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