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내린천 사람들”<속 깊은 막내딸>
등록일 : 2021.08.20


<속 깊은 막내딸>


정관 씨는 올해 쉰 살 직장인이다.

아들 하나, 딸 둘을 두었는데 막내딸이 이제 초등학생이다.


정관 씨는 평소 은퇴 하면 고향에 내려가 텃밭이나 일구며 살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마침 고향에 괜찮은 농가 주택이 빈 채로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아내와 현장을 방문했다.

세상에나, 그 집이 정관 씨 마음에 너무나 쏙 들었다.

막상 은퇴하면 마음이 변할까 봐 주말이면 미리 시골 살이 연습도 할 겸

아내에게 그 집을 당장 사자고 했다.


아내는 은퇴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뭘 그리 서두르냐며 큰소리를 냈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서 정관 씨는 별다른 대응도 못했다.

속이 상한 정관 씨는 집에 돌아오자 작은방에 틀어박혀버렸다.


새벽에 방문을 여니 막내딸의 노란색 포스트잇 메모지가 문틈에 끼여 있었다.

자기 딴에는 엄마, 아빠의 냉전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정관 씨는 메모를 보자 마음이 다 풀려버려 ‘응’에 동그라미를 치며 빙그레 웃었다.


저자 : 신림순이